외국인이 ‘부산병’을 앓는다…부산 관광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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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병’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했다. 그런데 예전의 부산병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과거 부산병은 부산 경제의 침체와 인구 유출, 수도권 집중 등 지역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어려움을 빗댄 표현이었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앓고 있는 병이라는 의미였다. 최근 중화권 관광시장에서 등장한 부산병은 정반대다. 부산을 여행한 뒤에도 바다와 음식, 골목과 도시 풍경이 자꾸 생각나 다시 부산을 찾고 싶어지는 일종의 ‘여행 후유증’을 뜻한다. 부산이 앓던 병이 이제는 부산을 다녀간 관광객이 앓는 병이 된 셈이다.

부산병은 단순히 SNS에서 만들어진 재미있는 유행어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가파른 증가세가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한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1~7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92만7,67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1% 증가했다. 부산시가 세운 올해 연간 유치 목표 400만 명의 73.2%에 해당한다. 부산시는 8월 초 이미 외국인 관광객이 3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은 364만3,439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2016년 기록했던 종전 최고치 296만6,397명을 크게 넘어선 데 이어 올해 다시 한번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부산 관광 외국인 400만 명 시대도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전체 방한 외국인 가운데 부산을 찾는 비중도 높아졌다. 올해 1~7월 기준 부산 방문 비율은 24.2%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4명 가운데 1명꼴로 부산을 찾았다는 의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중화권 관광객이다. 올해 상반기 부산을 찾은 대만 관광객은 47만7,60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0% 늘었다. 중국 관광객은 46만8,876명으로 무려 90.7% 증가했다. 7월까지 대만 관광객은 약 61만 명으로 국가별 방문객 1위를 이어갔다. 대만에서 ‘부산병’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부산관광공사가 지난 5월 대만 현지인 4,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5% 이상이 ‘향후 1년 내 여행 목적지로 부산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대만 EBC 산하 뉴스 프로그램 ‘Trendsetters’도 지난 8월 부산의 바다와 풍경, 미식 등을 소개하며 부산 여행 이후 다시 부산을 찾고 싶어지는 ‘부산병’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높아진 여행 수요는 실제 하늘길까지 바꾸고 있다. 대만 스타럭스항공은 오는 11월 2일부터 타이중-부산 노선을 기존 주 3회에서 주 7회로 증편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신규 취항한 타오위안-부산 노선의 올해 탑승률도 95.6%를 기록했다. 항공사가 공급석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부산 여행에 대한 실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의미다.

부산관광공사는 증편을 앞두고 대만 유력 인플루언서와 타이중 주요 여행사 관계자 등 23명을 부산으로 초청해 팸투어를 진행했다. 이들은 요트와 향수 공방, 유리공예, 부전시장, 서부산권 카페 등을 둘러봤다. 기존의 해운대·광안리 중심 관광에서 벗어나 부산의 일상과 체험까지 관광상품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는 아예 ‘부산병’을 관광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OTA KKday와 함께 진행한 ‘부산병 치유 프로모션’에서는 관광객의 ‘증상’을 세 단계로 나눴다. 부산 주민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과몰입 증상’에는 전통시장 투어와 스냅 촬영을, 부산 관련 SNS를 계속 찾아보는 단계에는 해변열차와 요트투어, 광안리 일몰 패들보드 등 해양관광을 추천했다. 이른바 ‘중증’ 관광객에게는 비짓부산패스와 항공권, 쇼핑 할인권 등을 묶어 ‘처방’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지역의 소비로도 연결되고 있다. 올해 1~7월 부산에서 발생한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7,4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8% 증가했다. 관광객 증가율보다 소비 증가율이 더 높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관광지 주변 상권에서는 변화가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7월 광안리가 있는 수영구 CU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189.9% 늘었고 해운대구도 120.7% 증가했다. GS25 광안리 관광지 인근 매장의 알리페이·위챗페이 결제액은 264.8%나 뛰었다. 이마트24에서는 해외 간편결제액 상위 10개 점포를 부산 매장이 모두 차지했다.
외국인들이 무엇을 사는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다. 자외선 차단 제품과 봉지 얼음, 컵 얼음뿐 아니라 바나나우유와 그릭요거트 같은 K-푸드도 인기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관광객의 소비가 면세점이나 백화점에 머물지 않고 편의점과 시장, 카페 등 부산 시민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관광객 숫자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외국인이 부산을 여행하는 방식의 변화다. 과거 부산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이나 제주에 이어 들르는 한국의 ‘두 번째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해운대와 광안리, 자갈치시장 등 대표적인 관광지를 둘러보고 떠나는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부산 자체를 여행 목적으로 선택하고, 유명 관광지만이 아니라 골목과 전통시장, 카페, 미식, 요트, 공방 같은 부산의 일상까지 경험하려는 개별 여행객이 늘고 있다. 관광객의 동선 역시 해운대와 광안리에서 원도심과 부산진구, 서부산권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한 번 다녀간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산을 떠난 뒤 SNS에서 부산을 다시 찾아보고 다음 여행을 계획한다. 이른바 ‘N차 부산여행’이다. 정확한 부산 재방문율 통계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는 않았지만 대만에서 자발적으로 등장한 ‘부산병’이라는 표현과 높은 여행 의향, 항공편 증편은 부산이 ‘한 번 가보는 도시’에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관광도시의 경쟁력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얼마나 지역에서 소비하며, 얼마나 다시 찾아오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부산병은 재미있는 유행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대만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된 ‘부산병’은 부산의 관광 매력과 재방문 경쟁력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중화권 관광객 유치와 재방문을 확대할 수 있도록 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이 부산에 더 오래 체류하면서 쇼핑과 외식뿐 아니라 의료·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관광 콘텐츠를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때 ‘부산병’은 부산이 아프다는 말이었다. 2026년의 부산병은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부산을 떠난 뒤 부산이 그리워지는 병이다. 그리고 지금 그 병은 대만과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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