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시간을 넘고 풍경을 건너 본 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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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이 어우러진 영월에는 서로 다른 결의 풍경이 한데 모여 있다. 단종의 이야기를 품은 장릉, 강이 빚어낸 한반도 지형과 선돌, 동강의 거센 물살까지. 고요한 역사부터 짜릿한 체험까지 영월의 네 곳을 돌았다. 영월이라는 이름에는 험한 산세를 편안히 넘나들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 이름처럼 산과 강을 넘어 다니며 영월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봤다.

어린 임금이 잠든 곳
장릉
장릉은 조선 6대 왕 단종(1441~1457, 재위 1452~1455)의 능이다. 12세에 왕위에 올랐다가 3년 만에 숙부 수양대군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영월 청령포로 유배돼 17세에 죽음을 맞았다. 1970년 사적으로 지정됐고, 2009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단종역사관이 먼저 나온다.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일대기와 창덕궁에서 영월까지 이어진 유배 경로를 살펴볼 수 있다. 역사관을 나와 길을 따라 걸으면 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나온다. 그 길가에 소나무 한 그루가 표지석을 안고 서 있다. 1999년 정순왕후(1440~1521)가 묻힌 남양주 사릉에서 옮겨 심은 정령송이다. 올해 4월에는 사릉의 들꽃도 이곳으로 옮겨 심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함께하지 못한 두 사람을 잇는다는 의미다.
계단을 올라 닿은 능은 왕릉치고 단출하다. 병풍석과 난간석을 두르지 않았고 무석인도 생략했다. 정자각도 능상 정면이 아니라 오른쪽 아래에 자리한다. 사각지붕 모양의 장명등(능묘 앞에 세워진 석등) 역시 다른 왕릉에서는 보기 어려운 형태다.

안타까운 최후를 맞았던 것처럼 능의 분위기도 쓸쓸할 법한데 그렇지만도 않다.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관객을 넘기며 단종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금요일 낮인데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계단을 올라왔다. 봉분 앞에서 마주보는 풍경은 온통 푸르렀다.
강이 그린 한반도
한반도 지형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에 있는 명승이다. 평창강이 굽이쳐 흐르며 산지를 침식하고 퇴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지형으로, 삼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형태가 한반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2009년에는 이 지형 때문에 서면이 한반도면으로 이름을 바꿨고, 2011년 6월 명승으로 지정됐다.
지형이 보이는 곳은 오간재전망대다. 주차장에서 20~30분 남짓 걸어 올라가야 나온다. 오르막이라 등산하는 기분이 들지만 가벼운 코스라 힘든 정도는 아니다. 6월 낮에 오르니 산을 뒤덮은 나무가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10년 전 친구와 함께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이번에는 지형보다 그것을 휘감고 도는 물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 모양을 깎아낸 것이 결국 이 강이기 때문이다. 평창강이 감싸 안은 안쪽은 선암마을이다.
절벽이 갈라진 자리
선돌
영월읍 방절리 서강가 절벽에 높이 약 70m의 선돌이 우뚝 서 있다. 큰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형상이라 신선암으로도 불린다. 단종이 청령포로 가던 길에 이 바위를 보고 신선 같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석회암에 생긴 수직 절리를 따라 암석이 부서져 내리면서 기둥 모양의 바위가 남은 것으로 추정되며, 주변 하천의 침식으로 수직 절벽도 함께 발달했다.

나무 데크길을 10분 남짓 걷다 보면 선돌과 마주한다. 전망대는 높은 곳에 있어 서는 순간 시야가 탁 트였다. 갈라진 틈 사이로 서강이 내려다보이고, 바위 하나가 이만큼 갈라지는 데 얼마나 걸렸을지 긴 세월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입구에는 커피와 주스를 파는 작은 가게가 있어 더운 날에는 음료를 하나 사 들고 걷기 좋다.
손과 발로 물살을 가른다
동강 리버버깅
리버버깅은 리버버그라는 1인용 보트를 타고 강의 급류를 따라 내려가는 수상 레포츠다. 뉴질랜드에서 시작됐는데, 패들을 쓰지 않고 손과 발만으로 나아간다. 튜브보다 안정적이고 카약보다 배우기 쉬워 수영을 못해도 탈 수 있다. 슈트와 구명조끼, 헬멧을 착용하고 가이드와 함께 동강을 탐험하는 코스다. 올해 운영 기간은 5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다.

앞선 세 곳이 강을 내려다보는 자리였다면 여기서는 강 위에 올라탄다. 급류 구간에서는 혼자 넘기도 하고, 둘셋씩 손을 잡고 함께 통과하기도 했다. 같이 급류를 온몸으로 느끼다 보면 잘 해냈다는 마음과 함께 우정이 좀 더 진해지는 느낌이었다. 여럿이 한 배에 앉아 노를 젓는 동강 래프팅과는 다른 감각이다.
잔잔한 구간에 들어서면 보트 위에 둥둥 뜬 채 물살에 몸을 맡겨 두는데, 그 순간이 의외로 평화로웠다. 한쪽은 자갈밭이 완만하게 이어지고 반대쪽은 나무로 뒤덮인 절벽이 물가에서 바로 솟아 있다. 떠내려가는 내내 대비를 보는 재미가 있다.
강원도 영월 글·사진=김다미 기자 dmtrip@traveltimes.co.kr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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