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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 달린 우리 가족, 테오와 함께 떠난 여름휴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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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테오는 안다. 도어록 전자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녀석은 벌써 문 앞에 앉아 꼬리로 바닥을 쓸고 있다. 그 얼굴을 두고 돌아서던 밤이 많았다. 캐리어 바퀴 소리에 귀를 세우고, 신발 신는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얼굴. 여행 가방을 꺼낼 때마다 나는 늘 조금 죄를 지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엔 그를 데리고 나섰다. 네 발 달린 나의 가족과 떠난, 생애 첫 여름휴가다.

올해로 10살이 된 폼피츠 강아지 송테오 / 송미주 기자
올해로 10살이 된 폼피츠 강아지 송테오 / 송미주 기자

다시 찾은 강릉

목적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몇 년 전, 친구들과 강릉의 한 호텔에 묵을 때였다. 로비에서 하네스(강아지 가슴줄)만 걸친 강아지들이 가족과 함께 제집 안방처럼 오가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풍경을 보던 순간, 테오의 얼굴이 겹쳤다. 놀러 나온 마음이 그날따라 편치 않았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바다 모래를 유난히 좋아하는 녀석이니, 언젠가 꼭 이곳,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 데려오리라 마음먹었었다.

세인트존스에는 반려견 가족만 묵는 객실동이 따로 있다 / 세인트존스 홈페이지
세인트존스에는 반려견 가족만 묵는 객실동이 따로 있다 / 세인트존스 홈페이지

반려견과 함께 머물 수 있는 5성급 호텔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시내에도 반려견 동반 패키지를 갖춘 특급호텔은 여럿이지만 대부분 럭셔리·프리미엄 콘셉트로 1박 40~80만 원대에 이르러, 여름휴가를 무리 없이 즐기려는 일반 반려가구가 선뜻 택하기엔 문턱이 높다. 게다가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일반 숙박시설도 캠핑장이나 펜션, 일부 풀빌라 등에 집중돼 있다. 바다나 자연을 곁에 두고 20만 원대에 쾌적하게 머물 수 있는 반려견 친화 5성급 호텔은, 여전히 손에 꼽는다.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이 반려견 가족의 여름휴가지로 자주 언급되는 이유다.

세인트존스는 반려견 동반 투숙객을 위한 전용 객실동을 별도로 운영한다. 숙박 공간은 일반 객실과 분리했지만, 로비와 야외 공간 등 상당수 공용시설은 반려견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려견 가족과 일반 투숙객의 동선을 적절히 분리하면서도 공존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몇 년 전 로비에서 마주했던 그 고요한 풍경도, 이런 운영 방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반려동물 동반 시 예방접종 확인이 의무화됐다 / 세인트존스 홈페이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반려동물 동반 시 예방접종 확인이 의무화됐다 / 세인트존스 홈페이지

첫 관문은 강아지의 몫

그 풍경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님을, 출발 전날 밤에 알았다.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여기고 홈페이지 유의사항을 읽다가 ‘아차’ 싶었다. 올해 3월1일부터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반려동물 동반 시 예방접종 확인이 의무화됐다는 것이다. 증명서가 없으면 짐을 풀기도 전에 발길을 돌려야 할 수도 있었다. 서둘러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접종 확인서를 챙겼다. 종이 증명서뿐 아니라 접종 수첩, 모바일 앱 내역, 전자 확인서도 인정된다. 

다만 호텔을 제외한 현장은 제도보다 반 박자 느린 인상이었다. 확인이 의무라 안내된 식당에서도, 정작 이번 여행에서 접종 확인서를 들여다본 곳은 없었다. 온라인 후기에는 꼼꼼히 확인하는 매장 사례도 심심찮게 올라오는 걸 보면, 아직은 매장마다 온도차가 있는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맞춰질 부분이지만, 지금은 제도가 앞서 걷고 현장이 조금씩 뒤따르는 모양새다.

KTX에 탈 준비를 하기 위해 이동용 가방 안에 들어간 테오 / 송미주 기자
KTX에 탈 준비를 하기 위해 이동용 가방 안에 들어간 테오 / 송미주 기자

KTX에 강아지를 태워도 되나요?

다음 관문은 이동이었다. KTX에 강아지를 태울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 다만 조건이 있다. 개·고양이 등 소형 반려동물이어야 하고, 이동장을 포함한 총 무게가 10kg 이하여야 한다. 이동장은 세 변의 합이 100cm 이내(45×30×25cm), 밀폐형이어야 하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반려동물은 이동장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이동장은 무릎 위나 좌석 아래에 둬야 하고, 좌석 하나를 추가로 사용하려면 성인 운임으로 옆자리를 예매해야 한다. 간혹 승무원이 예방접종 확인서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 미리 챙겨두는 편이 안전하다.

다행히 테오는 지난봄 건강 사료로 체중을 관리한 덕분에 6.5kg을 유지해 KTX 탑승 조건을 무사히 충족했다. 더위를 많이 타는 탓에 이동장 안에서 가끔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긴 했지만, 큰 문제 없이 강릉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체크인 데스크 앞은 이미 반려견 가족들로 북적였다 / 송미주 기자
체크인 데스크 앞은 이미 반려견 가족들로 북적였다 / 송미주 기자
케이지에서 풀려난 녀석은 인사도 없이 창가로 직행했다 / 송미주 기자
케이지에서 풀려난 녀석은 인사도 없이 창가로 직행했다 / 송미주 기자

객실을 들어서자

두 시간을 케이지 속에서 얌전히 버틴 녀석을 안고 호텔에 들어섰다. 체크인 데스크 앞은 이미 반려견 가족들로 북적였다. 일곱 팀 중 다섯이 강아지를 품에 안은 채 주의사항을 듣고 있었다. 반려견 가족이 많긴 많구나, 절로 실감이 났다. 로비를 지날 땐 하네스를 채우거나 이동장에 넣어야 한다. 반려견 가족만 묵는 레이크타운에 들어서자, 창틈으로 밀려드는 동해 바다 내음 사이로 강아지 샴푸 향이 뒤섞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강아지 친구들 소리에 녀석이 귀를 쫑긋 세우기도 했다.

전용 침대와 방석, 수건, 배변판과 패드, 배변봉투, 샴푸까지 기본 어메니티는 알차게 갖춰져 있다 / 송미주 기자
전용 침대와 방석, 수건, 배변판과 패드, 배변봉투, 샴푸까지 기본 어메니티는 알차게 갖춰져 있다 / 송미주 기자

객실 문을 여니, 아침부터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해송숲과 동해가 통유리 너머로 한꺼번에 들어왔다. 케이지에서 풀려난 녀석은 인사도 없이 창가로 직행했다. 나는 서둘러 배변패드부터 곳곳에 깔고, 그제야 방을 둘러봤다. 전용 침대와 방석, 수건, 배변판과 패드, 배변봉투, 샴푸까지 기본 어메니티는 알차게 갖춰져 있다. 히노키탕(5,000원)과 드라이룸(1만5,000원), 드라이기와 펫 정수기(각 5,000원)는 유료 대여다. 수량이 한정돼 있으니, 쓸 생각이라면 체크인과 동시에 예약해두는 편이 좋다.

이런 객실 하나를 내주는 일이, 호텔에도 마냥 수월하지는 않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펫 객실은 청소 방식부터 사용하는 용품까지 일반 객실과 다르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강아지 손님 한 마리를 맞는 데에도, 보이지 않는 손길과 비용이 드는 것이다.

식당 바깥에 붙은 반려견 출입금지 포스터 / 송미주 기자
식당 바깥에 붙은 반려견 출입금지 포스터 / 송미주 기자

호텔 문을 나서면

여행 전부터 걱정이던 것은 함께하는 끼니였다. 호텔에서 반려견 동반 식당 목록을 받아 나섰지만, 대부분 호텔 인근에 몰려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만, 강릉까지 왔으니 이름난 맛집 한 곳쯤은 가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여덟 곳에 전화를 돌렸다. 두 곳은 “입김이 완전히 차단되는 펫 유모차라면 가능하다”라고 했고, 나머지 여섯 곳은 “지금은 손님이 많아 어렵다”라고 했다. 성수기 한낮이라는 사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응대였다. 더 넓게 알아보면 반려견을 반기는 곳도 없지 않았겠지만, 적어도 이번에 문을 두드린 곳 안에서는 함께 앉을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튿날 향한 시장 골목에서도 사정은 같았다. 반려견과 들어갈 식당이 없었다. 바깥에 상을 펴주겠다는 인심 좋은 사장님도 있었지만, 30도를 웃도는 한낮의 야외 자리는 사람에게도 강아지에게도 쉽지 않았다. 녀석은 벌써 혀를 길게 내밀고 헥헥거리는 중이었다. 감자전은 다음을 기약하고, 닭강정만 포장해 돌아섰다.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국가승인통계로 처음 발표한 ‘반려동물 양육현황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29.2%. ‘넷 중 하나’에서 ‘셋 중 하나’로 넘어가는 중이다. 반려견 전용 객실이나 펫 특화 리조트는 그 흐름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다만 그 문을 나서면, 사정은 아직 조금씩 채워지는 중이다. 여행은 잠만 자는 일이 아니다.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쉬는 동선이 이어질 때 비로소 진짜 ‘펫 프렌들리’가 완성된다. 그래도 반가운 건, 그 걸음이 해마다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릉 해변을 바라보는 테오 / 송미주 기자
 강릉 해변을 바라보는 테오 / 송미주 기자
강릉 해변을 산책하기 위해 하네스를 입은 테오 / 송미주 기자
강릉 해변을 산책하기 위해 하네스를 입은 테오 / 송미주 기자

그래서, 또 가겠냐면

또 가겠냐 묻는다면, 대답은 망설임 없이 “간다”다. 둘째 날 아침, 강릉 해변을 산책하며 녀석이 지어 보인 얼굴을 잊지 못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녀석이다. 애써 부정하며 살지만, 지나온 날보다 함께할 날이 더 적게 남았을지 모른다. 최고 장수견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거라고 농담처럼 말하면서도, 실은 그 말이 진심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니 함께인 지금, 행복한 순간을 한 번이라도 더 만들어주고 싶다.

다만 이제는 안다. 몇 년 전 로비에서 봤던 그 평화로운 풍경이, 결코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증명서를 챙기고, 규정을 확인하고, 식당마다 전화를 돌리고, 뜨거운 아스팔트를 피해 동선을 바꾸고, 물 한 모금이라도 더 먹이려 애쓰는 보호자들의 부지런함이 모여 만들어진 풍경이었다.

낯선 바닷바람, 처음 맡는 냄새, 발바닥에 닿던 모래의 감각. 이 작은 존재에게도 좋은 환기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돌아오는 길, 이동장 안에서 곤히 잠든 녀석의 얼굴은 떠나올 때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현관에 두고 온 얼굴이 아니었다.

반려견과 여행을 떠나기 전 꼭 체크해야 할 것들이 있다 / 송미주 기자
반려견과 여행을 떠나기 전 꼭 체크해야 할 것들이 있다 / 송미주 기자

▶ 펫투어 체크리스트

□ 예방접종 확인서는 필수. 2026년 3월1일 시행된 법령 개정에 따라, 반려견 동반 부대업장 이용 시 접종 확인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예방접종 확인서, 건강증명서, 모바일 앱 건강수첩(전자 증명서) 중 하나면 된다.

세인트존스 반려견 객실은 전용 객실로 운영한다. 펫 객실은 반려견 2마리, 스위트는 3마리까지 동반을 권장한다. 한 마리는 무료, 추가 시 마리당 3만5,000원이 붙고, 전용 어메니티는 1마리 기준으로 제공된다.

맹견 5종은 별도 요건 필수. 동물보호법상 지정된 맹견(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은 보호자의 법정 교육 이수와 책임보험 가입이 필요하다. 무는 습관이 있거나 공격성이 있는 반려견은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이동·위생 수칙도 미리 숙지. 호텔 안팎을 오갈 땐 반려견 유모차나 케이지, 목줄이 필수다. 목줄은 2m 이내를 권장한다. 중성화하지 않은 반려견은 매너벨트나 위생팬티를 착용해야 한다. 객실에 직원이 방문할 땐 안전을 위해 케이지에 넣거나 목줄/하네스를 해야 한다. 개모차는 당일 선착순 대여이며, 1박 2만 원·시간당 5,000원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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