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도 키오스크도 없이…AI가 다시 짜는 공항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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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여권을 꺼내 신원을 확인하고, 정해진 키오스크 앞에 줄을 서고, 검색요원이 X선 화면을 눈으로 판독하던 익숙한 절차에 AI(인공지능)가 들어오고 있다. 얼굴이 여권을 대신하고, 로봇이 여객을 찾아가며, AI가 위해물품을 먼저 찾아내는 시대다.
국제공항협의회(ACI)는 2026년 세계 여객 수요를 전년보다 3.9% 늘어난 102억명으로 전망했다. 여객은 계속 늘어나지만 활주로나 터미널을 무한정 확장하기는 어렵다. 이에 세계 공항들은 AI를 활용해 처리 역량을 높이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천국제공항이 생체인식과 AI 보안검색, 서비스 로봇 등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AI 공항' 전환을 이끌고 있다.

여권 대신 얼굴…신원확인의 변화
AI가 가장 먼저 바꾸고 있는 것은 출국 절차다. 기존에는 여권과 탑승권을 제시하면 직원이 얼굴을 일일이 대조해야 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023년 7월 도입한 안면인식 기반 ‘스마트패스’는 이 과정을 자동화했다. 여권과 얼굴 정보를 한 번 등록하면 출국장과 탑승구에서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해 본인 확인을 마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스마트패스 이용 시 출국장 신원확인 대기시간은 평균 9분12초에서 52초로 줄어 90.6% 단축됐다. 2026년 7월 기준 누적 이용자는 969만명이며, 전체 출국 여객 대비 이용률도 2025년 12.1%에서 2026년 13.6%로 높아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혼잡도가 높아질수록 신원확인 절차가 여객 불편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며 “스마트패스는 처리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직원들이 안내와 보안 등 보다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국제선 안면인식 서비스가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면,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국내선 생체인증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오패스’다. 손바닥 정맥 정보를 미리 등록하면 신분증 없이 전용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으며, 2018년 도입 이후 누적 이용자는 2,800만명을 넘어섰다. 김포공항에서는 손바닥 정맥 정보만으로 면세점 결제도 가능하다. 다만 안면인식 기반 ‘스마트패스’는 현재 인천·김해·김포공항 등 일부 공항 국제선에 우선 적용되고 있다. AI 기반 여객 처리 서비스가 거점 공항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지역 공항과의 서비스 격차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생체인식은 이미 세계 공항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2026년까지 출입국 심사대의 95%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나리타공항은 종이 서류 없이 이동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생체인식 탑승 절차를 도입했다.

사람이 기계를 찾던 공항, 이제 기계가 사람을 찾는다
바뀌는 것은 신원확인만이 아니다. 공항 서비스의 동선 자체가 뒤집히고 있다. 그동안 여객은 짐을 끌고 체크인 카운터를 찾고, 다시 셀프 키오스크 앞에 줄을 서야 했다. 서비스는 늘 한자리에 붙박여 있었고, 움직이는 쪽은 사람이었다. 인천공항이 지난 5월 도입한 AI 로봇 31대는 이 관계를 거꾸로 세운다. 셀프체크인 로봇은 붙박이 키오스크와 달리 터미널 혼잡도를 읽어 대기 줄이 길어지는 지점으로 스스로 이동해 여객에게 다가간다. 여객이 기계를 찾아가던 시대에서 기계가 여객을 찾아오는 시대로 넘어간 셈이다. 안내·순찰 로봇은 평상시 길 안내를 맡다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순찰 모드로 전환해 현장 영상을 관제실로 실시간 전송한다. 로봇 한 대가 안내원과 순찰 인력의 역할을 오가는 것이다. 운영 첫 달 이용객은 안내·순찰 로봇 약 5만명, 셀프체크인 로봇 약 6,000명에 달했다.
X선 검색대에서도 사람의 눈이 하던 일을 AI가 넘겨받고 있다. 과거 보안검색은 검색요원이 X선 화면에 나타난 짐 이미지를 일일이 육안으로 판독하는 방식이라 속도와 정확도가 개인의 숙련도와 집중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었다. 인천공항이 2019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AI 기반 X선 자동 판독 시스템은 이 방식을 바꿨다. 딥러닝이 위해물품을 먼저 탐지하고 학습을 반복하면서 정확도를 최고 98%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도입한 CT X-ray 장비는 검색요원 1명이 시간당 처리하는 여객 수를 기존보다 약 20% 늘렸다. 항공보안업계 관계자는 “AI는 검색요원을 대체하기보다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역할”이라며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검색 정확도와 효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인천공항만의 실험이 아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미 세계 여객의 절반이 공항 어느 단계에서든 생체인식을 경험했고, 로봇과 자동화 검색대는 인력난을 겪는 세계 주요 공항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해법으로 떠올랐다. 여객을 기다리게 하던 공항이 여객의 이동 속도에 맞춰 스스로 움직이는 공항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편리함만큼 중요한 신뢰
AI 도입은 개별 기술을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생체인식과 로봇, 보안검색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해 공항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자율공항’이 다음 단계다. 인천공항은 AI 대전환(AX) 전략의 핵심 과제로 ‘피지컬 AI’와 ‘ONE-ID 패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 번의 인증만으로 예약부터 출국, 탑승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여행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AI가 공항을 더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수록 개인정보 보호와 신뢰 확보는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얼굴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로 유출 시 변경이 어렵다. 2021년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얼굴 정보 제공 논란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도 공공장소 실시간 얼굴인식 기술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오인식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 무고한 여객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패스가 원본 얼굴 이미지 대신 특징점 정보만 저장하는 방식을 적용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공항업계 관계자는 “AI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이용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와 오류 대응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기술도 안정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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