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YES DIVING 예스다이빙

[김기헌의 관광 시론] 여행자를 넘어 생활자로, 한국과 깊은 우정을 맺는 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조회 1   댓글 0

본문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2026년 들어 우리 관광업계는 다시금 희망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외래관광객의 증가세가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게 이어지며 업계 전반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이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 또한 막대할 것으로 전망되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팽창이라는 기록 앞에서, 현장에서 마주하는 우리의 풍경은 한편으로 더없이 치열하고 또 간절하다. 서비스 산업을 향한 청년세대의 외면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교육 현장의 위기, 그리고 팬데믹을 거치며 활력을 잃어가는 관광학과를 바라보는 교육자의 심정은 매일 밤 깊은 고민으로 이어진다.

과연 우리는 이 소중한 학문적 유산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이을 것이며, 어떻게 우리 지역을 다시 관광을 통해 활기찬 곳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교육의 체질 개선과 관광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에서 찾았다. 우리 관광컨벤션학과는 과감하게 외국인 유학생 중심의 영어 강의로 변경했고, 모든 커리큘럼을 이론형에서 실무형으로 개편했다. 일례로 한류와 관광, 서비스, 국제화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교과목을 통해 유학생들에게 한국 문화와 환대, 매너, 의전 등을 입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막상 교실이라는 닫힌 공간보다 현장으로 나아가 학생들과 마주 앉아 떡볶이를 나눠 먹고 시장의 북적거림 속을 함께 걷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이제 외국인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구경하는 여행에만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한국인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와 관광객이 아닌 생활자로서 진짜 한국을 경험하길 원하고 있다.

관광객은 이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이방인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 지역에 온 귀한 손님이며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고 숨을 불어넣는 방문자 경제의 핵심축이다. 관광은 단순히 방문객의 숫자로 카운트되는 양적지표를 넘어 지역의 먹거리를 창출하고 경제의 혈액을 돌게 하는 실질적인 엔진이 되어야 한다. 외부인의 방문과 소비는 제한적인 지역의 경계를 넘어 골목 구석구석까지 경제의 온기를 전달하고 지역사회를 더욱 생기 넘치게 만드는 연쇄 효과를 낳는다. 관광객의 지갑에서 시작된 온기가 지역 상권의 매출이 되고 그것이 다시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지역관광의 모습이다.

나는 이러한 생활인구 증대 방안으로 지역 곳곳에 ‘글로벌 한류 캠퍼스’를 구축하는 모델을 제안한다. 보름 혹은 한 달씩 지역에 살며 한국어와 한류, 그리고 우리네 삶을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을 육성하는 것이다. 연간 2,000명의 외국인이 2주 이상 지역의 한류 캠퍼스에 머물며 한국의 진면목을 접한다면 그들은 한국을 사랑하는 광팬이 될 수밖에 없다. 보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을 느끼고 체험하며 우리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서도 한국이라는 향수병을 앓게 될 것이며 이는 생애주기에 걸친 재방문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지역에 머물며 잠을 자고 음식을 먹으며 쇼핑을 즐기는 체재형 소비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이렇게 부가가치가 높은 체재형 소비가 지역 곳곳에서 일어날 때, 방문객은 비로소 생활인구가 되어 지역을 활성화한다.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형성되고 인구소멸이라는 슬픔마저 씻어낼 수 있는 희망의 근거가 된다.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한류학교의 기본 구상이자 관광 교육의 철학적 모체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관광은 단순한 랜드마크 방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머물며 언어와 문화, 그리고 사회를 온몸으로 겪어내는 로컬 라이프의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 서울에 집중된 장기 체류 수요를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지방으로 분산시켜 각 지역이 가진 독특한 향기와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야말로 우리 관광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전국 어디를 가도 한국인의 정겨움이 흐르고 지역마다 다른 빛깔의 일상이 살아 숨 쉬는 곳. 그곳에서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인과 호흡하며 우리의 삶을 배우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 돌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미래이다. 그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한국을 그리워하며 우리 문화를 알리는 가장 따뜻한 홍보대사가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42년 관광인생을 걸어온 내가 확신하는, 사람냄새가 물씬 나며 더불어 사는 대한민국 관광이 만들어낼 가장 아름다운 선순환이다.

관광산업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더 사람을 향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일수록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현장에서 체득한 진심과 문맥을 읽는 기획력이다. 그저 문화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진심을 교류하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내 인생의 소중한 일부로 간직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계 곳곳에 심어야 할 진정한 한국의 모습이며 우리 관광인들이 추구해야 하는 직업의식이다. 이제 우리는 더불어 살며 한국을 사랑하게 된 수많은 친구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낯선 여행객이 어느덧 우리 이웃이 되고 다시 찾는 곳마다 살맛 나는 일상이 펼쳐지는 나라. 그 속에서 세계의 청년들이 우리와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꿈.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강의실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웃고 고민한다. 우리가 전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진심 어린 우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인에게 잠시 다녀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언제든 다시 돌아오고 싶고 살아보고 싶은 따뜻한 삶의 터전이 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여정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 ▲ 이전글
  • 작성 : 운영자
  • 제목 : “기억해 주세요, 탄자니아”…한국 관광시장 확대 본격화
  • ▼ 다음글
  • 작성 : 운영자
  • 제목 : 한·인도네시아 ‘무비자 상호주의’ 물꼬 트나…한국인 무비자 재검토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YES DIVIN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