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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의 관광 시론] 언제까지 ‘따로국밥 행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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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우리나라 관광 정책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하는 풍경이 있다. 정책 입안자의 화려한 발표 뒤로, 정작 그 정책을 수행해야 할 현장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나는 따로국밥 행정이라 부른다. 국과 밥이 따로 놀듯, 정부의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가 겉돌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다.

지난 42년간 관광산업의 최전선에서 뛰며 수많은 정책 자문과 심사, 강연을 해왔다. 공공 부문의 문을 두드릴 때마다 항상 품었던 생각은 이 사업이 정말 현장에서 작동할 것인지였다. 회의 주제가 공지되면 밤을 지새우며 자료를 분석하고,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때로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열변을 토했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대개 비슷했다. 적당히 정책 기조에 동조하며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이들은 계속해서 중용되지만, 아픈 곳을 찌르는 제언은 서랍 속으로 사라지기 일쑤다.

한 번은 지자체 국장과 의기투합해 지역 관광을 살리고자 ‘관광 과외’를 한 적이 있다. 2주에 한 번씩 만나 실무적인 고민을 나누고, 타 지자체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연구하며 지역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보수도 없었고 대접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일이 늘어나니 만나지 말라는 실무진의 항의였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고민한 시간은 그들에게 불편한 업무 증가에 불과했던 셈이다. 얼마 후 그 불편함을 거부했던 이가 승진하는 것을 보며, 나는 우리 행정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씁쓸한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칼럼을 쓰고 매일같이 관광 기사를 스크랩하며 새로운 관광의 모델을 기획하는 이유는 결코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 관광산업이 글로벌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관광생태계를 살려보려는 오지랖 때문이다. 정부가 부르짖는 정책이 현장의 아픔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진정한 산업의 발전은 산·관·학의 유기적인 협업에서 나온다. 학계는 단순한 이론가를 넘어 정책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때로는 쓰디쓴 비판으로 행정의 오만을 견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공공 부문은 그 고언을 보약이 아닌 방해물로 치부하고 있다. 소귀에 경 읽기 같은 난공불락의 요새 앞에서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나는 왜 멈추지 않는가. 그것은 이 땅의 관광산업이 미래 세대의 생존 열쇠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제언한다. 현장에 나가서 언론용 사진 찍고 좋은 소리만 듣는 의전 활동은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 현장의 거친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이 진정 무엇을 고민하는지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때로는 칼럼이나 기사를 통해 전달되는 쓴소리를 거부반응이 아닌 현장의 살아있는 구조요청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진정한 리더는 정책을 수정하는 것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성과를 향한 용기 있는 선택임을 깨달아야 한다.

모든 이가 내 일처럼 일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최소한 자신이 맡은 업무와 관련된 비판적 제언들은 정독하고 고민해 보기를 바랄 뿐이다. 서로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논쟁하라는 것이 아니다. 틀렸다면 반박하고, 궁금하면 묻고, 필요하다면 채택하는 깨어 있는 토론이 현장에 뿌리내려야 한다. 그런 작은 노력이 모일 때 비로소 한국 관광은 보여주기식 후진성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관광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쓴다. 읽어야 할 사람들이 눈을 감고 귀를 닫아도,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행여 그중 단 한 명이라도 나의 글을 읽고 생각을 바꾼다면, 그것이 한국 관광의 변화를 이끄는 작은 조각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정부와 현장이 따로 노는 따로국밥의 시대는 이제는 끝내야 한다. 정책과 현장이 맛깔나게 어우러지는 비빔밥 같은 신명 나고 효과 있는 정책, 현장의 아픔을 보듬는 섬세한 행정이 절실하다. 부디 리더들이 현장의 소리를 입에 쓴 보약으로 삼아, 정책의 현주소를 다시 돌아보길 간절히 기대한다. 우리 관광의 미래는 바로 그 고민의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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