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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북녘땅, 깨어날 통일관광의 맥박 [김기헌의 관광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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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봄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5월, 중국 선양에서 시작해 백두산의 성성한 정기를 지나 단둥의 압록강 변에 섰다. 오랜 세월을 한국 관광의 최전선에서 보낸 한 노병에게 이 길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관광업계가 마주해야 할 내일의 지도였으며, 멈춰버린 시간이 다시 흐를 날을 준비하는 치열한 예비 현장이었다.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지는 여전히 거대한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그 정적은 자연의 경이로움인 동시에, 남북이 단절된 채 갈라져 선 분단의 시린 아픔이었다. 장백산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불리는 풍경 속에서, 나는 우리 관광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 통일관광의 실마리를 보았다. 통일은 결코 정치적 선언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의 풍경을 공유하고, 그 풍경 속에 함께 머무는 온기가 쌓일 때 비로소 마음의 통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단둥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게 타올랐다. 압록강 너머 신의주의 적막한 어둠과 단둥의 현란한 네온사인이 강물 위에서 묘한 대비를 이룬다. 압록강 유람선에서 마주한 북한 관광객들의 웃음기 없는 엄숙한 표정, 그리고 강 하나를 사이에 둔 이 비극적 대조는 우리 관광업계에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지금 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혹여 분단의 현실을 당연한 상수로 여기며, 제재와 통제라는 프레임 안에 우리 관광의 가능성을 스스로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현장에서 내가 본 것은 변화에 대한 갈망이었고, 이미 시작된 미묘한 태동이었다. 신의주로 들어가는 열차의 경적 소리, 국경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속에서 나는 개방의 전조를 읽었다. 이제 우리 관광업계는 과거의 관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단순히 제한된 구역을 훑고 지나가는 투어를 넘어, 선양에서 백두산, 그리고 단둥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대륙의 흐름을 압록강 너머 한반도와 연결하는 생태·문화적 광역 관광권을 설계해야 한다. 미래의 통일관광은 물리적 국경을 넘어선 가치와 인프라의 결합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과제들을 제언한다.

첫째, 통일관광을 미래 세대를 위한 비즈니스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한다. 통일관광은 북한의 문이 열린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북한의 관광 자원을 연구하고 동북아 관광 생태계를 이해하는 전문가 그룹을 육성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북한의 지리와 역사, 변화하는 지역 경제를 꿰뚫어 보는 관광 싱크탱크를 구축해야 한다. 기회는 오직 준비된 자에게만 그 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둘째, 현장형 콘텐츠와 데이터의 집대성이다. 백두산의 웅장함과 단둥의 역동성이 품은 서사는 그 자체로 거대한 자산이다. 우리가 지금 대한민국 곳곳에서 일궈내고 있는 지역 특화 관광 모델들은 훗날 북한 지역 개발의 귀중한 청사진이 될 것이다. 성공의 기록뿐만 아니라 실패의 경험까지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하여, 그날이 오면 즉시 북한 구석구석을 한국 특유의 서비스 정신과 관광MICE 산업의 노하우로 채울 준비를 마쳐야 한다. 셋째, 관광의 연결성(Connectivity)에 대한 본질적 성찰이다. 40여 년의 현장 경험이 내게 준 가장 큰 통찰은, 관광업계가 정치적 파고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강력한 소프트파워로서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백두산의 맑은 공기가 압록강을 타고 남으로 내려오듯, 우리 관광의 미래도 대륙과 한반도를 막힘없이 흐르게 할 담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정은 끝났지만,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관광 현장에서의 삶을 매듭지으며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은, 이 불확실한 대륙의 길 위에서 한국 관광의 내일을 설계할 이들과 함께 업계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압록강 너머의 어두운 밤이 환하게 밝혀질 때, 우리 아이들이 세계의 청년들과 함께 미래를 논하는 그 찬란한 풍경을 그려 본다.

관광은 사람을 움직이고, 움직이는 사람은 세상을 바꾼다. 우리 관광업계가 그 거대한 변화의 주역이 되기를, 강물이 쉼 없이 흐르듯 우리 관광의 미래도 막힘없이 흐르기를 소망한다. 백두산의 바람이 남쪽으로 불어올 그날을 위해, 우리는 오늘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그 질문을 안고 나는 다시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관문 도시, 부산으로 향한다. 우리의 미래는 이미 이 길 위에 와 있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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