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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태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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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조회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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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주 기자
   송미주 기자

요즘 미국에선 멀쩡히 잘 다니던 직장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마존이 최근 누적 해고 3만명을 기록했고, 메타도 구조조정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이유는 한결같다. AI, 그리고 효율화. 처음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를 취재하는 내내 그 거리감이 조금씩 좁혀졌다. 인력은 줄었는데 실적은 올랐고, AI 덕분에 일이 빨라졌다고들 했다. 당장은 고요하지만, 이게 태풍의 눈 한가운데라면 한국도 머지않아 비슷한 국면을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일찍이 이런 질문을 던진 바 있다. 100명이 하던 일을 기계가 절반 대신할 수 있게 됐다면, 왜 우리는 100명이 4시간씩 일하는 쪽 대신 50명을 해고하는 쪽을 택했을까. 답은 단순하다. 인건비다. AI 시대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AI 덕분에 효율이 높아졌다고 했지만, 신규 채용은 줄고 있었다. 쌩신입이 설 자리는 좁아지고, AI가 웬만한 신입보다 낫다는 말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이건 경영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부터 AI 툴을 글쓰기에 쓰기 시작했는데, 내가 5시간 들여 쓴 글을 녀석은 5분 만에 제법 만족스럽게 뽑아낸다. 비용 앞에서 50명을 해고하는 쪽을 택했던 것처럼, 나 역시 후자에 손이 갔다.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싶으면서도, 멈추기가 쉽지 않다.

업계에선 “AI가 반복 업무는 대신해도 여행의 감성적 설계까지 대체하긴 어렵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길 바라지만,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생성형 AI의 창의성과 속도, 퀄리티는 이미 상당 부분 인간을 따라잡았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인간이 안주할 만한 수준엔 충분히 다가왔다. 여행업이 오랫동안 AI 대체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진 건 ‘사람이 사람에게 파는 경험’이라는 특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경계도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 누군가의 취향을 읽고, 낯선 도시의 골목을 추천하고,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설계하는 일. 아직은 사람이 낫다고 믿고 싶지만, 그 믿음을 뒷받침할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행업에서 인간이 지켜내야 할 영역은 무엇일까. 취재를 마치고도 이 질문이 계속 맴돈다. AI를 잘 활용하는 건 이제 기본이다. 그 위에서 대체되지 않는 존재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업계 전체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실적은 돌아왔지만 일자리는 온전히 돌아오지 않은 지금, 여행업이 찾아야 할 답은 결국 거기서 나올 것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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