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호의 관광 개발 이야기] 한국 골프장, 변해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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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 (사)한국관광레저학회 부회장 관광학 박사
코오롱글로벌(주) 레저사업본부 기획 담당 / cityko@gmail.com

대한민국 골프장은 지금 전환점에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해외여행 제한과 야외 스포츠 선호가 맞물리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예약은 어려웠고, 그린피는 빠르게 상승했다. 골프장은 한동안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시장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호황은 끝났고, 이제 골프장은 다시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골프장 내장객은 4,641만 명으로, 2024년보다 2.1% 감소했다. 2022년 5,058만 명을 정점으로 보면 약 8% 이상 줄어든 셈이다. 반면 2026년 1월 기준 운영 중인 골프장은 527곳, 건설 중인 골프장도 11곳에 이른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여전히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조정이 아니라, 한국 골프 산업이 구조적 변곡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인구 구조의 변화다. 한국 골프 수요는 40대와 50대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골프장 이용률은 50대 19.8%, 40대 16.9%로 높지만, 60대는 12.1%, 70대는 6.6%로 크게 낮아진다. 현재의 핵심 고객층이 은퇴와 고령화 국면으로 이동하면, 골프 소비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일본 골프 산업의 경험은 한국 골프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회원권 가격 폭락, 기업 접대 골프 축소, 핵심 이용층 고령화라는 충격을 겪었다. 과거의 일본 골프장은 회원권과 접대 문화에 기대어 성장했지만,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그 기반은 빠르게 약화됐다. 이후 일본 골프장이 선택한 방식은 비용 구조의 현실화였다. 캐디 의무화를 줄이고, 셀프 라운드를 확대하고, 운영을 표준화했다. 낮아진 수요와 변화한 소비자에 맞춰 운영 방식을 다시 설계한 것이다. 한국 골프장도 이제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이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가격 구조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모든 시간대에 같은 방식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고정형 그린피는 수요 감소 시대에 맞지 않는다. 항공·호텔 산업처럼 요일, 시간대, 날씨, 예약률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할인 정책이 아니다. 인기 시간대에는 적정 가격을 받고, 비수요 시간대에는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수익 관리 전략이다.
둘째, 운영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노캐디 라운드, 자율주행 코스관리 장비, AI 기반 잔디 관리 시스템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1인승 골프카트와 디봇·볼마크 복구 로봇 같은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기술의 목적은 사람을 대체하는 데만 있지 않다. 고비용 구조를 낮추면서 고객에게 더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데 있다.
셋째, 골프장의 공간 개념을 조금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 골퍼만을 위한 라운드 중심 공간에 머물러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 클럽하우스, 조경 공간, 유휴부지 등 비경기 공간을 활용해 가족, 비골퍼,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식음, 산책, 휴식, 체험 콘텐츠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골프장은 넓은 녹지와 경관을 갖춘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를 라운드 이용객 중심으로만 운영하는 것은 공간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방식이다.
넷째, 경기 포맷도 바뀌어야 한다. 젊은 세대와 여성, 시니어에게 5시간 이상 걸리는 18홀 라운드는 부담스럽다. 미국골프협회가 9홀 라운드 활성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골프장 역시 9홀, 야간 라운드, 숏게임, 연습·식음 결합 상품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골프를 더 자주,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결국 앞으로의 골프장은 코스의 품질만큼이나 가격, 운영, 체류 경험을 함께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높은 그린피와 공급자 중심의 운영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변화에 머뭇거리는 골프장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결국 먼저 변화하는 골프장이 미래 시장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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